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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06] 숨겨진 디테일, 정원산업

2020.3.31 493
[Ep. 06] 정원산업

가방을 잘 만들기 위해선

숨겨진 디테일을 알아보는 눈이 필요합니다.


가방 안쪽의 봉제가 뜯어지진 않았는지

원단에 잘 맞는 잉크와 재료를 썼는지

실의 위아래 조임 상태는 훌륭한지

장식을 도금 처리할 때 연마를 깔끔하게 했는지.


25년 동안 가방을 만들면서

수많은 가방 브랜드의 신뢰를 받으신 김우섭 대표님을 만났습니다.



김우섭 대표님이 마리몬드 가방을 들고 있다. ©marymond



정원산업 소개 부탁드려요.

정원산업은 제조업을 해요. 본사가 있으면 본사 의뢰를 받아서 지정 장소에 납품하는 거죠. 업무 자재는 다 시장에서 사서 재단을 한 다음 공장에 들여요. 그 다음 미싱을 거치고 검사를 한 다음 납품을 하는... 뭐 그런 일입니다. 특히 봉제 일은 다 하고 있어요. 배낭, 파우치, 다이어리… 주로 가방 종류를 해요.


업무 자재를 고르는 기준이 있나요?

혼자 마음대로 하는 건 아니에요(웃음). 보통 본사에서 지정한 가게가 있어요. 왜냐하면 그 회사에도 디자이너가 있으니까. 그 사람들이 재료 답사를 해서 확인한 다음 작업 지서를 내리죠. 그곳에서 똑같은 것을 구매한 뒤 샘플 제시를 하는 거예요. 본사가 최종 컨펌을 하면 그걸 가지고 메인 양상 작업에 들어가죠. 물론 제가 더 싸게 구매할 수 있으면 더 싼 데 가서 구매할 때도 있어요. 물론 재질이나 칼라는 본사가 제시한 기준과 같은 것을 쓰고요.




김우섭 대표님의 사무실 전경. ©marymond



의뢰자(디자이너)와 생산자의 기준이 다를 때도 많겠어요.

의뢰하신 분의 의견을 최대한 맞추려고 해요. 우리는 생산이지 디자인이 아니니까. 하지만 의뢰받은 그대로 패턴을 뜨다보면 안 맞을 게 보여요. 그런 사이즈를 잡아주려고 하죠. 시안 샘플 뜯어보면 바로 보이잖아요. 비율적으로. 무조건 만들라고 해서 만들면 어쩔 수 없지만 적어도 제품이 제품답게 보이도록 만들어주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그런 디테일한 면을 좀 돕는 거죠. 어떤 공장은 그런 얘기 없이 무조건 하라는 대로 해서 문제를 만들기도 해요. 저희는 미리 이야기해서 문제가 없도록 조치하는 편입니다.





정원산업 현장에서 작업하는 모습. ©marymond



생산 업계 일을 오래 하셨다고 들었어요.

가방 일을 해온 건 대략 25년 정도? 이 자리에서만 해도 거의 20년 가까이 되어 가는 것 같네요. 점점 규모가 커지니까 큰 장소가 필요해서 여기까지 왔어요. 지금은 다시 좁아졌죠. 공장은 습도가 중요한데 여기는 습기가 안 차더라고요. 그게 마음에 들어서 여기 쭉 있었죠. 그러다보니 어언 20년 가까이 됐네요.


가방 업계에서 신뢰를 받는 이유가 있을까요?

영업을 해본 적은 없는데, 입소문을 타서 계속 사업이 컸어요. 위치가 안 바뀌니까 (거래하던) 디자이너들이 회사 관두고 다른 데로 가도 제가 여기 있다는 걸 다 알아요. 전화번호는 011에서 010으로 바뀌어서 연락이 안 돼도 장소는 똑같잖아요. 그렇게 디자이너에서 디자이너한테, 회사에서 회사로 퍼지면서 문어발처럼 알려진 것 같아요.


그만큼 신뢰 관계를 확보하는 게 쉽지는 않은 일인데.

놀지 않아서 그렇죠 뭐(웃음). 국제상사(프로스펙스)는 벌써 15년 가까이 거래하고 있어요. 여기 보면 97년도 제작한 가방도 카탈로그에 들어가 있고, 08년도에 나온 카탈로그도 있어요. 이렇게 믿어주시니까 감사하죠. 마리몬드 말고도 여러 브랜드가 함께했어요. 아이띵소(ithinkso), 텐바이텐, 이런 곳들.





국제상사(프로스펙스)에서 발간한 97/08년 카탈로그. ©marymond



가방 산업에 처음 뛰어든 계기가 궁금해요.

원래 공무원 되려고 했어요. 학원을 가려면 돈이 있어야 하잖아요. 돈 벌러 잠깐 아는 형님이 계신 공장에 갔다가 빠져들었어요. 그때는 핸드백을 만들었거든요. 학원에서 숙제를 내줬는데 공장 다니느라 공부할 시간이 안 나서... 1년만 하고 말아야지 했는데, 세월이 훅 가서 쭉 하게 됐어요.


평생 업으로 삼은 원동력이 있나요?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누가 도와주는 사람이 없으니까, 내가 벌어서 내가 움직여야 하니까. 서울에 올라와도 잠잘 곳이 없었고... 아는 형님 집 있다가 친척 집 있다가… 그런데 (그분들이) 생활비나 학원비까지 주진 않잖아요. 이도 아니고 저도 아니고 2년 있다 보니까... 그러다 이 길에 접했죠. 공장 생활하니까 미싱도 알려주고 하니까 재미있었어요. 그래서 다행이지, 사실 너무 궁핍하니까 하게 된 거죠.




김우섭 대표님. ©marymond



가방 생산 과정이 궁금해요.

자세히 말하긴 너무 많으니까 간략하게 말하면… 처음에 업무 자재를 사요. 재단소에 가서 재단을 하고, 현장 투입을 해서, 밑 작업 일부터 하는 거예요. 거기서 하나씩 오르락내리락 하는 거죠. 미싱 조수, 중간 미싱사, 미싱 팀장. 사람마다 박는 기술이 틀리니까 이런 과정을 한 바퀴 쭉 돌면 완성이 되게끔 해요. 그렇게 나오면 포장을 하는 거죠.


정원산업만의 장점이 있나요?

외주를 안 하고 자체 생산한다는 것. 자체 공장이 있다는 게 중요해요. 업무 자재를 구해서 스스로 하는 게 다른 사람한테 맡기는 것보다 좋아요. 안에서 바로 생산하고 수정할 수 있고, AS도 상시 가능하고, 공장 직거래니까 가격 차이도 있고. 장점 덕분에 선호도가 있죠.




"정원산업 내부 공장에서 일하는 모습" ©marymond



가방을 볼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무엇인가요?

자식들 데리고 가방 파는 곳 들를 때가 있어요. 그러면 땀수, 매칭, 위아래 높낮이 사이즈, 규격... 이런 걸 봐요. 서로 틀어지지 않게 마무리했는지도. 특히 바느질은 눈에 보이는 걸 섬세하게 신경 썼는지 봅니다. 부자재나 장식도 중요해요. 싸구려 벗겨지는 걸 썼는가, 이런 걸 보는 거죠.


가방 생산을 모르는 사람이 좋은 가방을 감별할 수 있는 방법이 궁금해요.

일반 사람들은 미싱 봉제는 잘 모르잖아요. 그때 알아보기 쉬운 건 장식의 도금 상태. 장식 하나가 있어도 도금 처리할 때 연마를 잘했는지, 색깔이 어땠는지, 그런 걸 보고 판단할 수 있어요. 연마를 잘했다는 건 표면 처리, 까끌한 곳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코팅면 이런 걸 얘기하는 거예요. 그런 처리가 깔끔한 거를 보면 됩니다.



"마스크 끼고 다녀야지. 좀 챙겨두었으니까 나가는 길에 가져가요." ©marymond


이번 제품에서 특히 신경 써주신 게 있다고 들었어요.

안에 잘 안 보이는 봉제들이 많아요... 눈에 안 보인다고 해서 소홀히 넘어가면 안 되죠. 그리고 인쇄 사양. 달라붙지 않는 잉크나 재료를 써야 해요. 안 그러면 인쇄가 까지는 부분이 생기거든요. 그리고 자수 실 퀄리티, 봉제 실 장력(실의 위아래 조임 상태), 땀수, 칼라, 원단에 맞는 실 메인 칼라 매칭.. 이런 부분을 특히 신경 쓰고 있어요. 들어가는 재료도 아무거나 쓰는 게 아니에요. 하나하나 보면서 작업하고 있습니다.


만드는 입장에서 가장 신경 쓰는 게 있나요?

퀄리티죠.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 100%는 아니지만, 봉제 불량이 어디 있는가, 뭐 튿어짐이 있는가, 실밥 처리가 잘 되어 있는가, 끝처리가 깔끔한가, 빠진 게 없는가, 이런 부분을 놓치지 않으려고 해요. 그리고 오염이 있는지. 공장에서 나오다보니까 이염 이런 건 조금씩 나올 수 밖에 없죠. 미싱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게 탁자에서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니까.



정원산업 내부 공장에서 일하는 모습. ©marymond


퀄리티 목표가 따로 있는지 궁금해요.

목표는 ‘샘플’이에요. 최대한 샘플과 비슷하게 사이즈, 간격, 땀수를 맞추는 거죠. 생산에선 샘플이 가장 퀄리티가 좋게 나와요.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책 10권을 쓰는 거랑 책 1권을 집필하는 거랑 집중도가 다르잖아요. 하나만 집중해서 만드는 게 더 퀄리티가 좋죠. 메인 제품은 여러 개 라인을 돌리기 때문에 퀄리티가 조금씩 떨어지는 경우가 생겨요. 그 오차를 최대한 줄이는 걸 항상 목표로 두고 있습니다.


소비자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생산품은 거짓말을 못 해요. 천 개를 꿰매야 하면 천 개를 모두 꿰매야 해요. 하나만 해놓고 전부 했다고 쓰는 사람을 속일 수 없는 거예요. 저희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많이 쓰시고 그만큼 판단해주시면 좋겠어요.







©marymond


정원산업

Tel: 010-5267-7613

Add: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 1578-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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